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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원하세요?”…피해자에 결정 떠넘기는 사법부

hhh 21-09-23 17:12 71 1
]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상담소를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오랜 시간 지속된 폭력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때가 돼서야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특히 이들이 겪는 폭력은 신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성적·경제적인 부분 등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그에 따른 불안함과 두려움은 극단적인 선택 또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정폭력을 가정 내의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법적인 강제 조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유연 소장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변할 것”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스포스트는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정폭력 범죄의 현 상황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로 진행됐다.

- 가정폭력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힘을 이용한 가정 내 남성의 범죄로 보는 것이 맞나.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하는 ‘분노 게이지 통계분석’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 기준 97명이다. 살인 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31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범죄 통계를 보면 살인 범죄에서 30% 정도가 애인이나 동거하는 친족에 의해 살해된다고 나타난다. 그 숫자가 약 250건 정도 된다. 이를 분노 게이지 통계분석과 단순 숫자 비교만 해보더라도 가정폭력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대부분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정폭력을 성별 권력을 가진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으로 보고 있다.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청주여자교도소에 살인 범죄로 복역 중인 여성 범죄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남편을 살해한 경우였다.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이들이 정당방위 등의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 물론 남성 피해자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 가정폭력은 90% 이상이 남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경찰 측에서 범죄 피해자 통계 분석을 발표할 때 성별을 분리하지 않는 점이 이 같은 여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저하시킨다고 본다.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돼 대책도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오랫동안 요구를 했는데도 전혀 시도가 없었다. 범죄 피해 통계에 대한 전체적인 부분을 다 손봐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어렵다는 게 경찰 측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다.

- 가정폭력으로 인해 상담소를 찾는 이들은 어떤 경우인가.

가정폭력으로 상담소를 찾는 이들은 하나의 유형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여러 유형의 폭력이 다중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폭력 피해를 입은 기간 역시 매우 지속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서적 폭력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신체적 폭력은 50%, 성적 폭력도 20% 가까이 된다. 이외에 경제적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저희 쪽에서는 상담 통계를 내기 위해 이 같은 분류를 하지만, 내담자 입장에서는 이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보니 폭력의 정도를 얘기하기도 어렵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특히 60~70대 내담자분들과 상담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30~40년 넘게 계속 참고 견디면서 살아왔기 때문. 물론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을 하신다.

-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참고 견디다 마지막으로 상담소를 찾는 것 같다. 이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는지 궁금하다.

상담소를 찾은 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상담’이 진행된다. 이후 필요에 따라 의료지원, 법률 지원 등도 가능하다. 만약 긴급하게 가해자와 분리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쉼터 보호시설 연계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전화상담 이후 필요에 따라 면접 상담도 진행하게 되는데, 폭력 피해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또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할 경우 변호사 자문, 경찰·검찰 조사에 동행 진술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혼 소송 등의 경우에는 재판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일 경우에는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는 등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가정폭력은 배우자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상담소에서는 아동 보호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쉼터 보호시설에 피해자가 아이와 함께 동반 입소할 경우 비공개 전학, 접근 금지 명령 등을 통해 최대한 안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지원한다. 또한 아동의 심리 상담, 놀이치료 등을 통해 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정폭력, 학대 등을 경험한 이들은 그때의 기억과 공포 등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이어진다. 폭력은 한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십년 이어진 두려운 기억을 지우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자 하는 20대 내담자들의 상담도 많은 편이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을 잘 살피고 보호해야 하는 인식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 상담 이후 혼인관계를 이어가는 경우와 이혼 등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비율은 어느 정도 인가?

가정폭력 신고 이후 혼인관계를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는 등에 대해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다. 경찰이 별도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저희 상담소를 통해 쉼터에 입소했던 여성들의 경우를 보면 퇴소 후 30% 정도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통계도 명확하지 않다. 쉼터에 머무는 불과 몇 개월 동안 폭력 후유증을 회복하거나 이혼 소송을 완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담소를 통해 쉼터에 머물게 된 분들 중 기간이 오래될수록 관계를 정리하고 자립하는 비율이 높다고 보고 있기는 하다. 가해자와 분리된 기간만큼 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계를 정리하고자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 가정폭력이 반복되고 증가하는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라는 지적이 많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신고 비율이 1%다. 100명에 1명이 신고를 하는 것인데, 이중 기소되는 비율은 10명에 1명꼴이다. 또 이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10명에 1명에 그친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보면 실제 가정폭력 가해자 중에서 구속되는 비율은 정말 낮다고 볼 수 있다. 절반 정도가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 되고, 기소보다는 불기소로 처리되는 비율이 높다. 기소 의견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든지 봉사 명령 등을 내려 대부분 보호 처분으로 넘긴다. 형사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의미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전과가 남지 않아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가정폭력 신고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가정폭력 처벌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이 법을 통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가정 법률상담소에서 가해자 상담을 위탁해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 분석 결과 ‘배우자 목을 조른 경우’ 13%, ‘칼 등 흉기로 위협한 경우’ 20%, ‘담뱃불로 지지거나 흉기를 휘두른 경우’ 20% 등으로 나타났다. 형사 처분으로 이어져야 할 가해자들이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돼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가정폭력 처벌법에 명시된 ‘피해자 의사 존중’ 조항 때문인가?

맞다. 피해자 의사 존중 조항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같이 안 살 거냐’, ‘이혼할 거냐’, ‘애들 아빠를 감옥에 보낼 거냐’ 등의 이야기를 하며 화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경제 공동체인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가해자를 신고해 처벌하게 했을 경우에도 구속 기간이 너무 짧아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히 크다.

가정폭력이 아닌 일반적인 폭력이면 폭행, 상해 등으로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사건으로 넘어갈 수준임에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앞서 말했던 여러 이유들로 신고와 처벌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현재 가정폭력 처벌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문제로, 해당 조항이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나 가정폭력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변화가 필요한가.

과거에 비해 가정폭력에 대해 인식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회적인 인식과 법적인 제도가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부분이 피해자들의 신고를 꺼리게 만들고, 결국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이유로 가정폭력은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폭력을 가했을 경우 무조건 처벌될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마련돼야, 예방은 물론 재발률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가정폭력 처벌법 자체가 가정 안전 유지, 피해자 보호 등으로 규정돼 있다. 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법의 목적 조항을 피해자 보호로 한정하고 피해자 의사 존중 등을 삭제하는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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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신가정폭력상담소 () 답변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상담소를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오랜 시간 지속된 폭력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때가 돼서야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특히 이들이 겪는 폭력은 신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성적·경제적인 부분 등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그에 따른 불안함과 두려움은 극단적인 선택 또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정폭력을 가정 내의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법적인 강제 조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유연 소장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변할 것”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스포스트는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정폭력 범죄의 현 상황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로 진행됐다.

    - 가정폭력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힘을 이용한 가정 내 남성의 범죄로 보는 것이 맞나.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하는 ‘분노 게이지 통계분석’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 기준 97명이다. 살인 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31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범죄 통계를 보면 살인 범죄에서 30% 정도가 애인이나 동거하는 친족에 의해 살해된다고 나타난다. 그 숫자가 약 250건 정도 된다. 이를 분노 게이지 통계분석과 단순 숫자 비교만 해보더라도 가정폭력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대부분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정폭력을 성별 권력을 가진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으로 보고 있다.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청주여자교도소에 살인 범죄로 복역 중인 여성 범죄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남편을 살해한 경우였다.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이들이 정당방위 등의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 물론 남성 피해자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 가정폭력은 90% 이상이 남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경찰 측에서 범죄 피해자 통계 분석을 발표할 때 성별을 분리하지 않는 점이 이 같은 여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저하시킨다고 본다.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돼 대책도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오랫동안 요구를 했는데도 전혀 시도가 없었다. 범죄 피해 통계에 대한 전체적인 부분을 다 손봐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어렵다는 게 경찰 측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다.

    - 가정폭력으로 인해 상담소를 찾는 이들은 어떤 경우인가.

    가정폭력으로 상담소를 찾는 이들은 하나의 유형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여러 유형의 폭력이 다중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폭력 피해를 입은 기간 역시 매우 지속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서적 폭력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신체적 폭력은 50%, 성적 폭력도 20% 가까이 된다. 이외에 경제적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저희 쪽에서는 상담 통계를 내기 위해 이 같은 분류를 하지만, 내담자 입장에서는 이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보니 폭력의 정도를 얘기하기도 어렵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특히 60~70대 내담자분들과 상담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30~40년 넘게 계속 참고 견디면서 살아왔기 때문. 물론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을 하신다.

    -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참고 견디다 마지막으로 상담소를 찾는 것 같다. 이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는지 궁금하다.

    상담소를 찾은 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상담’이 진행된다. 이후 필요에 따라 의료지원, 법률 지원 등도 가능하다. 만약 긴급하게 가해자와 분리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쉼터 보호시설 연계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전화상담 이후 필요에 따라 면접 상담도 진행하게 되는데, 폭력 피해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또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할 경우 변호사 자문, 경찰·검찰 조사에 동행 진술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혼 소송 등의 경우에는 재판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일 경우에는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는 등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가정폭력은 배우자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상담소에서는 아동 보호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쉼터 보호시설에 피해자가 아이와 함께 동반 입소할 경우 비공개 전학, 접근 금지 명령 등을 통해 최대한 안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지원한다. 또한 아동의 심리 상담, 놀이치료 등을 통해 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정폭력, 학대 등을 경험한 이들은 그때의 기억과 공포 등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이어진다. 폭력은 한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십년 이어진 두려운 기억을 지우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자 하는 20대 내담자들의 상담도 많은 편이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을 잘 살피고 보호해야 하는 인식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 상담 이후 혼인관계를 이어가는 경우와 이혼 등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비율은 어느 정도 인가?

    가정폭력 신고 이후 혼인관계를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는 등에 대해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다. 경찰이 별도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저희 상담소를 통해 쉼터에 입소했던 여성들의 경우를 보면 퇴소 후 30% 정도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통계도 명확하지 않다. 쉼터에 머무는 불과 몇 개월 동안 폭력 후유증을 회복하거나 이혼 소송을 완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담소를 통해 쉼터에 머물게 된 분들 중 기간이 오래될수록 관계를 정리하고 자립하는 비율이 높다고 보고 있기는 하다. 가해자와 분리된 기간만큼 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계를 정리하고자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 가정폭력이 반복되고 증가하는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라는 지적이 많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신고 비율이 1%다. 100명에 1명이 신고를 하는 것인데, 이중 기소되는 비율은 10명에 1명꼴이다. 또 이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10명에 1명에 그친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보면 실제 가정폭력 가해자 중에서 구속되는 비율은 정말 낮다고 볼 수 있다. 절반 정도가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 되고, 기소보다는 불기소로 처리되는 비율이 높다. 기소 의견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든지 봉사 명령 등을 내려 대부분 보호 처분으로 넘긴다. 형사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의미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전과가 남지 않아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가정폭력 신고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가정폭력 처벌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이 법을 통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가정 법률상담소에서 가해자 상담을 위탁해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 분석 결과 ‘배우자 목을 조른 경우’ 13%, ‘칼 등 흉기로 위협한 경우’ 20%, ‘담뱃불로 지지거나 흉기를 휘두른 경우’ 20% 등으로 나타났다. 형사 처분으로 이어져야 할 가해자들이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돼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가정폭력 처벌법에 명시된 ‘피해자 의사 존중’ 조항 때문인가?

    맞다. 피해자 의사 존중 조항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같이 안 살 거냐’, ‘이혼할 거냐’, ‘애들 아빠를 감옥에 보낼 거냐’ 등의 이야기를 하며 화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경제 공동체인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가해자를 신고해 처벌하게 했을 경우에도 구속 기간이 너무 짧아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히 크다.

    가정폭력이 아닌 일반적인 폭력이면 폭행, 상해 등으로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사건으로 넘어갈 수준임에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앞서 말했던 여러 이유들로 신고와 처벌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현재 가정폭력 처벌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문제로, 해당 조항이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나 가정폭력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변화가 필요한가.

    과거에 비해 가정폭력에 대해 인식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회적인 인식과 법적인 제도가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부분이 피해자들의 신고를 꺼리게 만들고, 결국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이유로 가정폭력은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폭력을 가했을 경우 무조건 처벌될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마련돼야, 예방은 물론 재발률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가정폭력 처벌법 자체가 가정 안전 유지, 피해자 보호 등으로 규정돼 있다. 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법의 목적 조항을 피해자 보호로 한정하고 피해자 의사 존중 등을 삭제하는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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