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정폭력 피해자 분리조치에 본인 동의 필요없어”… 첫 판결 나와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A씨(34)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에게 부과된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폭력치료강의 수강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의 분리조치가 적법하다고 봐 공무집행방해죄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고,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상고기각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 7일 오전 7시 30분경 여자친구 B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자신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로 연행된 뒤에도 난동을 피우다 경찰관의 컴퓨터 키보드(2만5000원 상당) 1개를 손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의 어머니로부터 "딸이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했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B씨의 얼굴에서 폭행 흔적을 확인하고 A씨에게 B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청했지만, A씨는 "내 마누라가 나랑 얘기한다는데 XX"이라고 소리치며 저항했다. 그러다 경찰이 B씨를 집밖으로 이동시키려고 하자 A씨는 경찰의 몸을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서초2파출소로 연행돼 온 A씨는 경찰로부터 자신의 집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돼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화가 나 "어차피 공무집행방해면 내가 저년 죽여버리고 공무집행방해 맞는다"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책상을 뛰어넘다가 키보드 1개를 밟아 망가뜨렸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가정폭력처벌법상 응급조치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당시 경찰관이 B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B씨를 자신과 분리하려 했기 때문에 위법한 보호조치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던 자신에 대한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의 분리조치는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또 ▲CCTV 영상에 의하면 A씨가 경찰서에서 나가려고 시도했던 모습이 관찰되는 점 ▲출동했던 경찰의 바디캠 영상에 의하면 A씨가 경찰들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했던 점 ▲A씨에게 폭행 또는 손괴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로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1호)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수사(1의2호)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2호)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3호) ▲폭력행위 재발 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4호)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5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 가운데 2호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조치는 법이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1호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조치 등 나머지 응급조치에 대해서는 그 같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응급조치를 할 때 2호 외 나머지 조치에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 최초 판례다.
한편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정의)는 가정폭력의 개념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고, 가정구성원의 개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시키고 있다.
대법원은 비록 A씨와 B씨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가 아니라고 해도 B씨의 어머니가 "딸로부터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신고한 점,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A씨가 B씨를 '내 마누라'라고 지칭한 점 등을 근거로 경찰이 두 사람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가정구성원으로 판단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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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응급조치를 할 때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A씨(34)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에게 부과된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폭력치료강의 수강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의 분리조치가 적법하다고 봐 공무집행방해죄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고,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상고기각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 7일 오전 7시 30분경 여자친구 B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자신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로 연행된 뒤에도 난동을 피우다 경찰관의 컴퓨터 키보드(2만5000원 상당) 1개를 손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의 어머니로부터 "딸이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했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B씨의 얼굴에서 폭행 흔적을 확인하고 A씨에게 B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청했지만, A씨는 "내 마누라가 나랑 얘기한다는데 XX"이라고 소리치며 저항했다. 그러다 경찰이 B씨를 집밖으로 이동시키려고 하자 A씨는 경찰의 몸을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서초2파출소로 연행돼 온 A씨는 경찰로부터 자신의 집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돼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화가 나 "어차피 공무집행방해면 내가 저년 죽여버리고 공무집행방해 맞는다"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책상을 뛰어넘다가 키보드 1개를 밟아 망가뜨렸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가정폭력처벌법상 응급조치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당시 경찰관이 B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B씨를 자신과 분리하려 했기 때문에 위법한 보호조치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던 자신에 대한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의 분리조치는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또 ▲CCTV 영상에 의하면 A씨가 경찰서에서 나가려고 시도했던 모습이 관찰되는 점 ▲출동했던 경찰의 바디캠 영상에 의하면 A씨가 경찰들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했던 점 ▲A씨에게 폭행 또는 손괴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로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1호)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수사(1의2호)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2호)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3호) ▲폭력행위 재발 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4호)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5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 가운데 2호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조치는 법이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1호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조치 등 나머지 응급조치에 대해서는 그 같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응급조치를 할 때 2호 외 나머지 조치에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 최초 판례다.
한편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정의)는 가정폭력의 개념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고, 가정구성원의 개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시키고 있다.
대법원은 비록 A씨와 B씨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가 아니라고 해도 B씨의 어머니가 "딸로부터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신고한 점,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A씨가 B씨를 '내 마누라'라고 지칭한 점 등을 근거로 경찰이 두 사람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가정구성원으로 판단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