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가 하늘로 간지 2년을 맞은 어제(13일), 아동 인권 보호단체 회원과 시민 등 30여 명이 정인이를 찾아오다...
그 중엔 뉴질랜드에서 온 60대 한국계 여성 조 티나 씨도 있었습니다. 정인이의 기일에 맞춰 한국에 왔다는 조 씨는 유아용 붉은색 카디건과 겨울 부츠, 흰색 운동화 한 켤레 씩을 정인이 명패 옆에 가지런히 내려놨습니다. 정인이를 알지 못했지만 이역만리 타향에서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조 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가 잊지 않을게"라고 말했습니다.
정인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양부모에 대한 사법절차는 마무리가 됐습니다. 대법원은 정인이 양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1심에선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양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준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형을 낮췄습니다.
추모공원에서 만난 강문정 국민아동학대근절협회 대표는 "정인이 사건은 우리 어른이 공범"이라며 "어른들이,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인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김정화 검사는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를 처음 본 날이 마치 어제처럼 또렷하다고 했습니다.
부검서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부분이 없던 정인이의 상흔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김 검사는 "그걸 보면 그냥 눈물이 막 난다. 거의 20분 정도를 울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숨진 정인이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열심히 수사해서 양부모에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쉬웠던 건 아닙니다. 집 안에서 일어난 은밀한 학대를 봤다는 사람도, 기록을 해 둔 CCTV 영상도 없었습니다. 양모와 양부는 정인이의 사망 경위에 입을 닫았고, 살인 혐의는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정황 증거를 하나씩 모아가며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검사는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한 축적된 자료가 부족한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나 중상 사례들이 어떤 결론이 났는지 검사나 판사, 경찰의 참고 자료로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검사는 "아이처럼 쉽게 죽을 수도 있는 약한 존재를 대상으로 한 범행에 계획성을 따진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아동학대 살인 사건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인이 사건은 이른바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돼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징역 5년 이상으로 정한 살인죄보다 처벌이 무거워 진겁니다.
하지만 정인이법 시행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증가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로 결론 난 사건은 3만7605건으로 전년보다 21.7% 증가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는 40명에 이릅니다.
강문정 대표는 "정인이법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사건 재판에 들어가 보면 피의자 중심적인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심신미약 등으로 감형되는 경우도 많아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은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법과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검사는 '학대 인지 감수성'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성인지 감수성'처럼 학대를 당해도 말하기도 저항하기도 어려운 아이의 시점에서 사건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되는 폭행은 없다. 그 대상이 아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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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가 하늘로 간지 2년을 맞은 어제(13일), 아동 인권 보호단체 회원과 시민 등 30여 명이 정인이를 찾아왔습니다.
그 중엔 뉴질랜드에서 온 60대 한국계 여성 조 티나 씨도 있었습니다. 정인이의 기일에 맞춰 한국에 왔다는 조 씨는 유아용 붉은색 카디건과 겨울 부츠, 흰색 운동화 한 켤레 씩을 정인이 명패 옆에 가지런히 내려놨습니다. 정인이를 알지 못했지만 이역만리 타향에서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조 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가 잊지 않을게"라고 말했습니다.
정인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양부모에 대한 사법절차는 마무리가 됐습니다. 대법원은 정인이 양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1심에선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양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준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형을 낮췄습니다.
추모공원에서 만난 강문정 국민아동학대근절협회 대표는 "정인이 사건은 우리 어른이 공범"이라며 "어른들이,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인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김정화 검사는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를 처음 본 날이 마치 어제처럼 또렷하다고 했습니다.
부검서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부분이 없던 정인이의 상흔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김 검사는 "그걸 보면 그냥 눈물이 막 난다. 거의 20분 정도를 울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숨진 정인이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열심히 수사해서 양부모에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쉬웠던 건 아닙니다. 집 안에서 일어난 은밀한 학대를 봤다는 사람도, 기록을 해 둔 CCTV 영상도 없었습니다. 양모와 양부는 정인이의 사망 경위에 입을 닫았고, 살인 혐의는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정황 증거를 하나씩 모아가며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검사는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한 축적된 자료가 부족한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나 중상 사례들이 어떤 결론이 났는지 검사나 판사, 경찰의 참고 자료로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검사는 "아이처럼 쉽게 죽을 수도 있는 약한 존재를 대상으로 한 범행에 계획성을 따진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아동학대 살인 사건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인이 사건은 이른바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돼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징역 5년 이상으로 정한 살인죄보다 처벌이 무거워 진겁니다.
하지만 정인이법 시행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증가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로 결론 난 사건은 3만7605건으로 전년보다 21.7% 증가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는 40명에 이릅니다.
강문정 대표는 "정인이법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사건 재판에 들어가 보면 피의자 중심적인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심신미약 등으로 감형되는 경우도 많아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은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법과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검사는 '학대 인지 감수성'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성인지 감수성'처럼 학대를 당해도 말하기도 저항하기도 어려운 아이의 시점에서 사건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되는 폭행은 없다. 그 대상이 아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