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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남편 외도로 무너진 삶…빚 쌓여가는데 딸 넷 어떻게 돌보나

bbb 22-11-16 11:08 101 1
30년 전, 10살의 구민아(가명·현재 나이40) 씨는 잔뜩 붓고 멍든 얼굴을 두 팔로 감싼 채 맨발로 인근 경찰서로 뛰어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경찰들을 향해 구 씨는 '아버지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라고 입을 떼려 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 "애가 말을 안 들어서 좀 혼냈을 뿐입니다"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경찰은 두 사람을 아무런 조치 없이 함께 돌려보냈고, 구 씨는 술 냄새를 풍기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시 지옥 같은 집으로 향했다.

◆가정폭력 벗어나 결혼했는데 남편의 외도

구 씨의 어린 시절은 가정폭력 이외에는 기억나는 추억이 하나도 없다. 항상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다 같이 죽자고 협박을 일삼는 아버지가 두려웠다. 술이라도 먹고 오면 어머니를 미리 피신시키는 것도 구 씨의 역할이었다. 어머니가 없으면 아버지는 구 씨를 찾아 폭력을 행사했다. 구 씨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더 이상 참지 못한 어머니가 구 씨를 데리고 도망갔고 그대로 아버지와의 인연은 끊겼다.

신부전증으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던 어머니는 경제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구씨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결국 자퇴했다. 곧장 공장, 식당 등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아픈 어머니를 홀로 돌봐야 했다. 성인이 된 후 구 씨는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고 콜센터에서 근무하게 됐다. 28살이 된 구 씨는 직장 동료와 결혼 해 첫째 딸까지 낳으며 자신과는 다른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얼마 가지 않았다. 구 씨의 남편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일을 시작해도 갖은 핑계를 대며 월급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둘째와 셋째, 넷째까지 태어나면서 생활비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구 씨의 어머니가 대신 빚을 내주거나 구 씨가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했다. 빚은 점점 쌓여만 갔다.

그 와중에 남편이 야근을 핑계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점점 늘어갔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면서 3년 전 구 씨는 남편과 갈라섰다. 친권을 가지는 대신 양육비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척추 수술 후 거동도 힘든데 어린 네 딸 홀로 돌봐

5년 전 처음으로 간 가족여행에서 구 씨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돌봐주던 사람을 잃은 구 씨는 그 이후로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게 됐다. 수차례 자해와 극단적 시도 탓에 구 씨가 지금 복용하고 있는 정신과 약만 8가지다. 딸들은 엄마가 갑자기 사라질까 두려워 아직도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잔다.

구 씨는 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허리와 다리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 거동도 불편한 상황이다. 4년 전 척추질환인 추간판장탈출증으로 척추에 철심을 3개가량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통증이 심하다.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으로 5분도 서 있기 힘들다. 아직 4살인 막내딸을 집 앞 놀이터에 데려가는 것도 힘에 부친다. 또래에 비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막내는 발달장애가 의심되나 병원까지 데려가기도 힘든 구 씨의 건강 상태와 병원비 부담으로 검사를 못 받고 있다.

다섯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262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세 딸은 학원도 다니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구 씨에게는 생활비로 진 빚만 1천만 원이 넘는다. 집 안을 둘러보면 아이들이 사용하는 책상부터 문제집까지 모두 지원받은 물품뿐이다. 엄마로서 자신이 해준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구 씨는 다시 한번 우울해진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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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 10살의 구민아(가명·현재 나이40) 씨는 잔뜩 붓고 멍든 얼굴을 두 팔로 감싼 채 맨발로 인근 경찰서로 뛰어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경찰들을 향해 구 씨는 '아버지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라고 입을 떼려 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 "애가 말을 안 들어서 좀 혼냈을 뿐입니다"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경찰은 두 사람을 아무런 조치 없이 함께 돌려보냈고, 구 씨는 술 냄새를 풍기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시 지옥 같은 집으로 향했다.

    ◆가정폭력 벗어나 결혼했는데 남편의 외도

    구 씨의 어린 시절은 가정폭력 이외에는 기억나는 추억이 하나도 없다. 항상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다 같이 죽자고 협박을 일삼는 아버지가 두려웠다. 술이라도 먹고 오면 어머니를 미리 피신시키는 것도 구 씨의 역할이었다. 어머니가 없으면 아버지는 구 씨를 찾아 폭력을 행사했다. 구 씨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더 이상 참지 못한 어머니가 구 씨를 데리고 도망갔고 그대로 아버지와의 인연은 끊겼다.

    신부전증으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던 어머니는 경제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구씨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결국 자퇴했다. 곧장 공장, 식당 등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아픈 어머니를 홀로 돌봐야 했다. 성인이 된 후 구 씨는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고 콜센터에서 근무하게 됐다. 28살이 된 구 씨는 직장 동료와 결혼 해 첫째 딸까지 낳으며 자신과는 다른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얼마 가지 않았다. 구 씨의 남편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일을 시작해도 갖은 핑계를 대며 월급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둘째와 셋째, 넷째까지 태어나면서 생활비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구 씨의 어머니가 대신 빚을 내주거나 구 씨가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했다. 빚은 점점 쌓여만 갔다.

    그 와중에 남편이 야근을 핑계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점점 늘어갔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면서 3년 전 구 씨는 남편과 갈라섰다. 친권을 가지는 대신 양육비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척추 수술 후 거동도 힘든데 어린 네 딸 홀로 돌봐

    5년 전 처음으로 간 가족여행에서 구 씨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돌봐주던 사람을 잃은 구 씨는 그 이후로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게 됐다. 수차례 자해와 극단적 시도 탓에 구 씨가 지금 복용하고 있는 정신과 약만 8가지다. 딸들은 엄마가 갑자기 사라질까 두려워 아직도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잔다.

    구 씨는 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허리와 다리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 거동도 불편한 상황이다. 4년 전 척추질환인 추간판장탈출증으로 척추에 철심을 3개가량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통증이 심하다.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으로 5분도 서 있기 힘들다. 아직 4살인 막내딸을 집 앞 놀이터에 데려가는 것도 힘에 부친다. 또래에 비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막내는 발달장애가 의심되나 병원까지 데려가기도 힘든 구 씨의 건강 상태와 병원비 부담으로 검사를 못 받고 있다.

    다섯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262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세 딸은 학원도 다니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구 씨에게는 생활비로 진 빚만 1천만 원이 넘는다. 집 안을 둘러보면 아이들이 사용하는 책상부터 문제집까지 모두 지원받은 물품뿐이다. 엄마로서 자신이 해준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구 씨는 다시 한번 우울해진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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